ISSUE No
005
Interviewee
Joongseob Jeon
Title
“ A métamorphose des ¼ , autour de la rêverie pratique ”
Published Date
December 23th, 2023

        Editor’s note
        November 16th,    




다섯번째 디코이 : 전중섭 디자이너 (@jeonjoongseob)

일상, 변화, 빈틈, 자전적 호기심을 연료삼아, 
공간과 가구를 만들어내는 건축 & 가구 디자이너.

전중섭 디자이너는, 18년도 단국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T-FP 더 퍼스트펭귄>에서 2년간 공간 디자이너로 근무를 한 뒤, 건축에 대한 호기심과 가능성을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21년 <FHHH friends 푸하하하프렌즈> 건축사무소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 중이다.

능선과 구렁을 가로지르는 길 그사이에 살고 싶다는 순수한 소망을 실현하고자 ‘이동 가능한 있는 산장 오두막’을 개발하고 싶어진 사람. 이끄는 대로, 이끌린 대로, 눈앞의 능선 하나를 넘으면 그다음 능선을 넘으러 항해하러 가겠다는 주체성을 가진 삶의 주인. 호화로운 '청승 떨기'를 즐기고, 자신이 즐기고 재밌어하는 도전을 하나-하나씩 이뤄가겠다는 건실한 낭만가.

인터뷰를 제안하던 날과 인터뷰를 마무리 짓던 순간까지, 잠깐 스치듯 노출된 일상은 무척 바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고요함을 즐기며 늦은 밤까지 건축 관련 공부하고 있던 전중섭 디자이너의 낭만적 시각과 빈틈을 내어줄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창작과 자전적 이야기 사에 피어난 결핍에 대해 궁금해진 나에게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좌절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건넨 선명한한 마디. 이 문장 안에는 현재까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삶의 관점을 형성해 왔는지 말해주는 대목이기도하다.

용산구가 훤히 보이는 보광동의 언덕자리 위치한 그의 작업실겸 자택에서 겨울날 한껏 ‘기분 내기’를 위해 장식하는 겨울의 ‘크리스마스용 트리처럼, 전중섭 디자이너와 꽤나 호화스러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저기가 이곳 뷰 맛집이예요.”

서울특별시의 유흥 중심지 이태원.
이곳 안쪽에는 한때 젊은 작업가들이 모이고, 아기자기한 숍들이 줄지어 있었던 보광동이 있었다. 지금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어 돌아오는 해 부터 철거작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거주민 전중섭 디자이너가 설명하셨다. ‘주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거주자들이 하나 둘 씩 떠나고 있음에 그는 안타까운 내색을 내비쳤다.

보광동 주거지 안 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보광동의 랜드마크라고 할수 있는 교회 하나가 나오는데, 그 곳에 닿기 전 위치한 상가 건물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여기예요. 맨 꼭대기 층이예요.”

건물 밖에는 디자이너님이 커스텀한 바이크 하나가 서있었다. 배달용을 뚝딱뚝딱개조해 클래식하고 뤄 raw- 한 느낌을 자아내는 바이크.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는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집은 어떨지 궁금하다. 내심 부푼 기대를 안고 입구 문을 앞에 보이는 계단들을 터벅터벅 돌아 따라 올라갔다.

짙은 브라운 색상의 월넛 플로어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얀 벽의 대비, 장식적인 버건디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높다란 커튼. 신발을 벗으니 옷장을 위한 공간인듯, 사이즈에 꼭 맞는 옷장이 내장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오래된 주택를 상징하는 불쑥 튀어나온 간이 창문이 있다. 튀어나온 간이 창문 사이즈에 맞춰 정갈하게 잘려 끼워진 카페트 위 높여진 시계와 장갑, 바이크 키. 뒤돌아 가니 제일 먼저 눈에띄는 아일랜드 주방 가구. 반쯤 낮은 플로어에 서핑보드를 연상케 하는 검정색 우드 테이블이 놓여있다. 오늘의 인터뷰 인원에 맞게 놓인 두개의 의자. 벽면에는 긴 머리의 인디언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대형 카페트가 걸려있다. 그리고 모서리에  식물들, 삼각대로 구성된 조명, 바닥 위 카펫에 등을 내밀고 모여 있는 수입 건축 서적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주인의 애정으로 빛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트럼펫. 성인 큰 손 사이즈 만한 돌 몇가지, 그 뒤엔 창구멍을 낸 가벽.  

“저게 몇백년 된 단풍나무라고 하는데 가을에 정말 샛노랗게 물들어요. 올해는 겨울이 빨라와서 파랗게 잎이 떨어졌지만.”



“마실 것 드릴까요?”
      “네, 좋아요.”
“커피? 차?”
“차, 좋아요.”
      “아이스?”
“네!”

커튼 없는 큰 창의 모든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신성한 거실 겸 주방. 창문 밖에는 시야를 가로막는 건물이 단 하나도 없어서 보광동과 한남동 일대의 풍경이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이 주전자에서 잔으로 떨어지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여유로운 공기. 겨우 남아있는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는 바깥 세상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주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직업과 삶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E        장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정렬한 순서를 어기고 질문 하나가 불쑥 가로질러 첫머리에 시작되었다.










E        제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꺼내고 싶어요. 이거예요. <장식과 범죄>

JS
        아.. 이거 읽다 포기했는데.                                

E         제가 INN 사무실을 썼을 때, 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거냐고 물으니 중섭 디자이너님 꺼래요. 이 책을 <더 북소사이어티>에서 사려다가 고민하고 안 샀거든요. 처음에 갔는데 잘 모르는 분이시니까. 낯익은 책을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궁금했었어요.

JS        <장식과 범죄>… 책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질문 시작인가요? 
이런 책들을 통해 건축가가 해야할 일들 중, ‘노동력을 언제 적재적소에 계획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거 진짜. 사놓고 못 읽은 책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예요. 책의 저자는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가 그 시기예요. 건축이 장식보다 합리주의로 변화하던 시기기도 하고, 전쟁 이후에 많은 것들을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필요해서. 장식이 쉽게 말하면 사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장식은 그래서 악이다’ 그렇게 얘기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맞는다면 그 관점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의 책이에요. 그 시기에서 넘어오는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대에 생각하는 ‘장식’이 곧 돈이라고 생각하고, 그때 당시만 해도 장식은 왕족의 것이고, 건물을 지을 때 호화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당연한 거였거든요. 그래서 장식이 부정적이던  시기였죠.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장식이 범죄였죠.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 하니까요. 지금은 그 시기가 한참 지났고. 아무래도 많이 안정된 상황에서 사람들도 풍요로움을 다시 찾게 되고, 그 시기 (장식이 중요시되던)가 다시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얘기를 하기에는 많이 지나갔죠. 과거의 얘기라고 생각하고, 당시 사람들이 왜 장식이 범죄라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떼어낼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옛날 장식을 곧이곧대로 따라 하다가는 맞지 않는 시대성이 나오기도 하고, 왜 싫어했고 지금에 맞는 장식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E        그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가구가 공간에 주인이 되선 안된다’는 내용.

JS      아, 저랑 정반대의 생각.
주인. 이 사람(책의 저자: 아돌프 로스 Adolf Loos )이 몇 년도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에 있던 시기의 사람이네요. 가구. 르코르뷔지에 시기니까 (이 작자의) 얘기를 하자면 되게 유명한 사람이고 현대의 아파트나 주택의 대부분을 결정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처음으로 붙박이 가구를 만들었어요. 만들었다기보다는 가구가 옛날에는 공예의 끝 선에 있었거든요. 유명한 공예가가 있으면 (그들에게) 가구 제작을 맡기고, 신줏단지 모시듯. 오브제처럼. 오브제 다 오브제였어요. 근데 르코르뷔지에는 (그런 방식으로, 가구 제작을) 하지 않고 건축에 파묻히게 (형태를 제작했죠) 그게 그 시대 때는 좋았겠죠. 왜냐하면 자기 건축을 이야기하는데 (논점과 맞지 않는) 화려한 가구를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지금은 그때의 시대는 지났고, 저는 가구가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너 어차피 옮겨 다닐 신세잖아. 그럼, 가구로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주고 싶어’ ‘가구 하나를 놓으면 (어떤 가구를 놓느냐에 따라) 같은 아파트여도 동선의 흐름이 바뀌기도 해. 그런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구는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E        디자이너님, 이야기가 깊어지려고 하는데 다시 서론으로 회귀하네요. ‘다섯 번째’ 디코이 로 맞이하게 되어서 기뻐요. 

JS        전중섭입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 디자인, 현재는 건축 실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        인테리어 공간 스튜디오 더 퍼스트펭귄에 계시다가, 지금은 푸하하하 프렌즈라는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고 계시죠. 저는 최근 출간된 푸하하하 프렌즈의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의 책 출간을 축하드려요. (짝짝짝짝)
          

JS        오 네네네, (짝짝짝) 제가 축하받을 일은 아니지만.

E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속에서 디자이너님이장식적인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같은 공간의 요소에 집중하셨다고 했어요. 어쩌다가 건축사무소에 일을 선택을 하게 되셨는지, 계기가 궁금해요. 자연스러웠던 건가요? 혹은 스스로와 많은 대화를 거친 방향인지요.

JS        건축사무소가, 원래는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것이긴 해요. 사실. 2~3년 정도 인테리어를 하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계기는 건축학과를 졸업했는데, 좋은 건물을 답사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한국에 그때 당시 좋은 건물들은 주택이기도 했고, 해외 건축가들이 몇몇 뮤지엄들을 멋있게 지어놓긴 했지만 실제로 개인적인 감정을 느낀 공간들은 드물었어요. 그때 당시에 <더 퍼스트 펭귄>이라든지 인테리어 회사에서 되게 잘 (인테리어의 문화 주도를) 시작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더 퍼스트 펭귄>에서 디자인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몇 카페 공간들을 가서,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는데 문득, ‘내가 생각했던 건축의 대부분이 인테리어로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느낌도 이 (국한된) 작은 공간에서 낼 수 있는 느낌들이었네?’라고 생각하던 시기였어서. ‘그렇다면 인테리어도 내가 뭘 만들기 좋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해서 갔죠. 물론 이전에 건축사무소에 갔지만, 제가 추구하는 바와 달랐어서 정규직을 포기하고 나왔어요.
                                                                                                 



















JS        그래서 여행도 좀하면서 놀다가 (더 퍼스트펭귄에) 갔어요. 놀면서 갔던 곳들이 대부분 더 퍼스트펭귄 (공간)작업물이었죠.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궁금해지긴 했죠. 왜냐면은  학교에서는 안에있는 것까지 터치하지 않게 하거든요? 큰거 (건축적 프레임)를 먼저해야지. 이런 사사로운 장식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그 당시 학교의 학과 교수들이나 사회가 보수적이기도 했어요.

깔끔한 거, 미니멀하고, 흰색.
저 스스로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죠.


근데 (더 퍼스트펭귄이 작업한 디자인 공간에) 가보니까 각종 재료가 너무 잘 섞인 것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책 속 사진으로 해외 건축가들의 좋은 작업을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보게 된 거죠. ‘흰색 아니어도 되네.’ 이 생각을 발단으로 펭귄에 들어가서 열심히 했죠. 그때 당시에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간 목표는 확실히 ‘안에 있는 것들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가 있었어요. ‘실내 재료와 같은 것들을 학교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무시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럼, 인테리어를 제일 잘하는 곳에 가서 배우자.’




JS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건축학위는 실무 3년을 해야 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죠. 인테리어를 계속 더 하기에는 배움보다는 경험만 늘어날 것 같은 기점인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여기에서 가지치기를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때다.’ 하고 나왔죠. 프로젝트를 6개 정도 했을 거예요. 그러고 (지금의 푸하하하 프렌즈) 건축 사무소에 들어갔어요.




JS     ‘장식’ 자체에 질렸다기 보다는 그거를 ‘더’ 하기가 싫은 거예요.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내부 장식, 벽재 장식, 등의 장식을 최대한 안하는 연습을 해요. 장식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느꼈던것 같아요. 공간의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는 중요한데, 사람들이 느끼는 편안함과 실제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는 것과는 관계가 없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그때 당시 공간 브랜딩을 위해 나의 관점에서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부수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었고, ‘아 여기까지다.’ 이렇게 생각한거죠.

실제적으로 건축에선 필요없어선 필요업서선 아우 말이 꼬이네, 없어선 안될것? …. 꼭 필요한 것들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분명 필요한 요소들이 있어요. 이를 테면 건축 구조체, 기둥, 이런것들. 그런것들이 인테리어에서는 전혀 건드릴 수 없었어요. 다 자의적인 거예요. 제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끼기엔. 원하면 다 이리저리 다 할 수 있는데 (허용되는게). 그때 당시에는 그게 재미가 없어졌죠. 꼭 있어야하는 것은 디자인 할 때도 제약이 엄청 많거든요. 제약이 엄청 많은 것들을 알아야되서 나왔죠.

엄청 길었네, 제가 말했죠? 저 말 엄청 많다고 했죠? (머쓱해하며 웃음을 남발하시는) 아마 계속 이럴거예요. 하하-.



E        벌써 이 한 대답 속에 여러 가지의 질문의 답변이 녹아진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이어보자면, 속해 계신 집단, 푸하하 프렌즈에서 다녀오는 워크숍과 같은 이슈 스토리들이 되게 유쾌하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이너님은 그럼 <푸하하하 프렌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맞고 계시는지.

JS       하하하

E        궁금하더라고요.

JS        아 이건 좀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민망한데 ‘인플루언서’ … 프레임이…. 씌워져서, 인플루언서 캐릭터가 되어버렸어요.

E        핫한 거 있으면 물어서 (모이처럼) 나눠주시고,



JS        제가 나눠주지는 못해요. 또. 트렌드를 잘 몰라요. 유행하는 밈은 아는데 소비 흐름은 잘…  잘… 주로 저또한 트렌드에 밝은 친구가 데려가 주고, 그제야 ‘아 요즘엔 이렇구나’ 하죠. 그러고 나서, 전 “주변에 이런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것도 있어요.” 이런 게 반이에요. 전파자.

E        전파자, INFLUENCE. 영향력을, 멋있으시다.

푸하하하 프렌즈 에세이집<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책을 읽으며 팀 구성원들의 작업관이나 가치관이 ‘날것’의 느낌으로 잘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자기주장이 강한’ 집단에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 감회를 주는지 궁금하네요.

푸하하하 프렌즈에서는 충분히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날 카롭게 얘기를 해서 서로가 재밌는(?) 경쟁을 하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는 의견을 자제하는 편이에요. 남의 아이디어로 흘러가면 어떻게 흘러가지?이 방향을 즐겨요. 저 스스로 뭘 만드는 것은 꽤 익숙하니까, 남이 낸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끼워 넣으면 뭐가 나올지가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그 (흥미의) 상태로 일하고 있어요. 나중에 혼자 일하게 되면 내 아이디어로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데, (협업하면) 신기한 것들이 엄청 많이 나오거든요.

‘동물원’ 같아요.
치타도 있고, 소 있고, 곰도 있고, 그런 집단 같은데.
너무 다양해요.


JS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까지 그래 버리면 일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듣고 그 다음 단계를 딥하게 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하죠.



E        숲에 대한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구성원이 있으면 숲 조경의 조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아이디어를 많이 던지시는 편이신 거네요?

JS        맞아요. 큰 숲의 틀의 제한할 생각은 개인적으로도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아예 다 하지 않을 거라면 협업하는 게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E        협업을 통해서 성장하는 게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기도 하죠.

JS        맞아요. 같이 해보는 게 이제는 점점 귀해질 것 같아서 나중에는 다 독립하면, 회사를 세워도 그 정도로 소통을 할 수 있겠어요? 어유 저는 절대 못 할 것들을 지금 몇 년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표현하시는 것을 보니<푸하하하프렌즈>에서 정말 끈적 지근한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것 같다.)
 


E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책과 연결 지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네요.

JS        책을 가져와 볼까요?

E         여기 있어요.

JS        2쇄를 사셨구나.

E         책등이 세 종류 던데 랜덤으로 오더라구요.

JS        이게 ‘한승재’ 소장님(푸하하하 프렌즈) 그림이예요.

E         책에 디자이너님이 기고하신 글이 두편이다 보니–... 책 속 인상 깊었던 문장을 발췌해 왔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감동적인 것이며, 모든 호화로움과 경이로움은 여기에서 온다.’라는 말이 인간의 관계성과도 많이 연결돼 있다고 느꼈어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감정에 대한 깊이를 호화롭게 선사하는 것과 같기도 하잖아요. 제가 연결 지은 것은 관계성이지만, 디자이너님이 일상에서 어떤 지점에 닿았을 (장르를 떠나) 호화스러움을 느끼는지도 궁금했어요.

JS       우와 또 되게 깊은 질문인데요?

E        그런가요? ‘맛’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사람마다 호화스러움을 느끼는 지점은 다 다르죠.

JS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호화로움을 느끼는 것?

E        . 느끼는 지점.

JS       어.. 일상에서. 만드는 것에서 호화스러움을 집어넣는 것은 익숙한데, 저 스스로 어디에서 느낀다는 것은 인지한 적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E        하하하, 딱히 없으시면. 호화스러움이라는 표현은 (일상에) 쓰는 표현은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당장 떠오르지 않으시는 같아요.

JS       물체나 사물에서 호화스러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에 써본 것처럼 쉬운데, 일상에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E        제게호화로움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묘하게 위한 호화로움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읽히더라고요. 조금 달라지면사치스러움 수도 있으니까요.

JS       아, 제가 그 얘기를 많이 해요. 게임을 많이 하는데, 게임과 같은 것을 하면 시간이 어딨다고 게임을 하냐 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거든요. 그때 전 당당하게 “전 게임을 때 시간 낭비하는너무 좋아요.”, 시간 낭비하는 최고야. 이게 딱 그거 같아요. 시간을 쓸 때 온전히 나의 (기본적인 욕구에 비롯된 감정을 충족시킬 때) 대부분 낭비로 시간을 인식하는 것 같아요. 공부는 도움이 되는 시간인데, 집에서 하는 잡스러운 일들은 사회적이거나 어떤 도움도 주진 않잖아요. 그냥 시간을 가치 없이 쓰는 것 자체가, 호화스럽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E        그런 일을 하는데 죄책감을 안 느낄 때?

JS        네 그게 제일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자책하면 그게 오히려 가능한 시점이라 자랑스럽거든요. 드디어 시간 낭비할 때가 왔구나. 라고요. 시간 낭비라는 포인트가 제게는 호화스러움 같아요. 사물의 호화스러움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많은 시간을 어디다 쓰는가, 대상이 없어질 때 생활의 호화스러움이 되는 것 같아요.
       
E         그렇군요. 하나만 연장하자면, 회사의 직원으로서, 때때로 독립적인 창작가로서 작업도 이어가고 계세요. 디자이너로서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을 고려하시잖아요. 가구로 선사할 있는호화스러운제안은 뭘까요? 그러면서도, 100% 사용자를 위한 것이 프로젝트에 몫을 차지하는지.

JS       최근에 든 생각인데, 누군가를 위한 가구를 만들 때, 저는 ‘저’를 위해 만들더라구요. 상대방을 위한 호화스러움보다는 내가 사람일 사용할 있는 가구’ 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없고, 이것 때문에 바뀌는 생활을 가장 큰 목적으로 두는 것 같아요. 기저에 깔린 그런 감정 위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것을 창작하려고 하는데, 호화스러움은 그런 표현일 뿐. 어떻게 만들고 표현했냐는 익명성을 버리는 것에서도 중요하고, 그것이 주는 기분 좋음의 이유는 의뢰인도 오더를 취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E       개인적인 가구 관련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녹일 기회도 많아질 텐데, 어때요? 완성된 작업물을 보낸다는 게 쿨해요, 여운이 남아요?

JS       과거 여운이 남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긴 했었어요. 원래는 다 시원하게 보내거든요. 신나게 했으니까. 가끔 이입한 가구들이 나왔을 때. 그때 쫌 아쉽더라고요. 처음으로 서울 밖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었을 때. 서울에서는 의식할 수 밖에 없거든요. ‘디자인신’을. 남들이 안 하는 것, 새로운 것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뒤집으면 안되니까, 유행을 좇지는 않지만 내 맘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 프로젝트는 스스로 (그 감정에서) 너무 자유로운 거예요. 그래서 진짜 제 집 만드는 것처럼 프로젝트를 했어요. 그랬더니 완성된 공간에 방문했을 때 너무 편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쪼금 아쉬웠죠.


‘청승 떠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돌아오는 길에 괜히

러브레터 ost 있죠? 알아요. 그거?

그거 괜히 들으면서 버스 타고 오고,


이입을 그렇게 (깊이) 했어요. 궁금증이 있기도 했고요. ‘바닷가 살고 싶다.’ 이런 생각 하던 중에 했었던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갈 때마다 들었었어요. 프로젝트 잘 끝내고 “잘 쓰세요” 하며 밤에 돌아오는 길에 듣는데, 이제 그 가구들을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언제든 볼 수 있을 법한 가구들은 그런 여운이 없거든요. 뭔가 영영 못 볼 것 같네요.

E         어떤 장르의 프로젝트였길래요?

JS        일러스트레이터분의 작은 샵이었어요. 굿즈를 생산하시는 분의 작업실. 본격적인 숍을 개점하고 싶은 건 아니신 것 같았어요. 외진 곳에 오픈 하신 것 자체가.

E        그러게요. 동떨어진 곳에 드문 의뢰긴 하다. 근데, 러브레터 이야기하셨는데 일상에서 그렇게 기꺼이몽상’ 자주 하시는 편이세요?

JS        엄청 많이 하죠. 저는 제일,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프로젝트 이입할 때는 무조건 그 단계를 거치거든요. 주저리주저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요. 동료가 제 글을 보고 “뭐야?” (이상하고 웃긴다는 듯이) 하고는 막 웃어요. 주로 그거예요. 최면 걸듯이.


들어왔더니 바위가 보인다.

바위에 숨고싶다.

근데 누가 들어온다.


이런식으로 글을 썼나봐요 (그때).


E        의식의 흐름 반?

JS        보험을 든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래야만 다음단계로 가는 편인것 같아요. 혼자 결정할 때는 확신이라는게 더 중요해지니까,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그런 (자기신뢰)를 만들어 주는게 몽상인 것같아요. ‘몽상’이라는 말이 쬐에-끔 느끼한데, 쨋든 그런 청승들을 엄청 떨죠.

E        처음부터 그런 프로세스가 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JS        맞아요. 처음엔 몰랐죠. 사회에서의 첫 프로젝트였던 ‘정육점’ 프로젝트 시작하면서 (도래 되었어요.) 정육점 평면도를 펼쳐 놓고 마크로스코Mark Rothko 같은 추상화를 막그렸어요. 되게 작위적이긴 한데 그 단계를 거쳐요. 색채를 가득채우는. ‘결정’ 자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다음 단계’를 위한 결정의 확신들을 도와주는 것 같아요. 단서들이 되기도 하고. 그런 방식이 점점 필요해지는 상황이 오다보니, 하루이틀정도는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E        그런 프로세스가 구축된 자신을 발견할 때,

JS        아웃풋에 대한 쓸데없는 자존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어지는. “다시 해주세요.” 하면. “어-응-~” 하고 쉽게.

E        사진과 녹음기 카세트와 같은 실재하는 기록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돌아볼 수 있는 증거와 자취.  아날로그의 힘.

JS        최근에 아이패드를 사서 비슷하게 해보려 했는데 안 되긴 하더라고요.

Pont d'Arcole, 53번 소리, 180825 사운드로 이동하기


E        일상사용자’ ‘가구 이외의 생각들을 오늘 주로 엮게 되는 같은데, 가구로 변화되는 일상 언급하셨잖아요. 직접 사용자의 일상이 변화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으세요?

JS        상업 공간을 주로 맡다 보니, 공간에 주인이 머무는 게 아니라 손님,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로 머물다보니 없는것 같아요. 아. 양말 가게 프로젝트를 했던적이 있었어요.

E        갔다 왔지요.

JS       아 진짜요? 아학학. 거기 … 지금도… 그럴 것 같아요… 어-엄청 양말 산더미.

E        하하하 .

JS       거기 보면서 뭔가…. 그 연극적인 디자인에 대한 강박이 깨졌어요. 의뢰 작업을 깔끔하게 - 날 선 느낌으로 디자인 했는데, 클라이언트분이 업장을 그런 방향으로(산더미 같은 상품들을 올려놓는 모습을 표현) 쓰시는 것을 보고… 근데 이게, 원래는 ‘이거 깔끔하게 쓰셔야 한다. 이런 마음인데 그걸 보고 되게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옛날 쇼룸에서는 어떻게든 정갈하게 하려고 정리하는 모습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현재 공간은 전혀 그렇게 사용하고 계시지 않거든요.

E        말씀하신 그대로, 지금 유지되고 있습니다.

JS        그걸 보고 ‘작은 변화라면 변화구나, 이렇게 막 써도 괜찮구나!' 하는 것이. 그 분께는 큰 변화였을 것 같아요. 막 쌓아놔도 정리 안된 느낌이 아니네. 가득 쌓임이 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으셨을 거예요.

추가로, 질문에 정확한 답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고리타분의 프로젝트 중 ’모서리’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have a seat> 이라는 전시의 출발점 이었던 프로젝트였는데, ‘모서리’라는 공간에 관련된 것들을 계속해서 모으는 프로젝트였어요. 모서리라는 공간에서 오는 심리적인 공포의 요소들을 단어나 이미지 같은 형태로 모으기도 하고, 정반대로 안락함의 요소를 모아보기도 하고. 길거리나, 누군가의 집에서 모서리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사진을 찍어 아카이브하고. 그 외에 별난 이야기들도 모서리와 연관 지어 아주 많이 모았었죠. 이 프로젝트의 개인적인 목적은 우리가 특정 현상을 마주쳤을 때 행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심리상태의 구조를 해석하여 창작에 재활용할 수 있는 간결한 요소로 정립하는 것 이었어요.

<have a seat?> 전시는 모서리의 많은 아카이빙 중, 불안감에 관련된 이야기를 물질화한 거였죠. 이런 무의식적인 것들에 대한 탐구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변화시킬 요소들을 던져주는 것 같아요. 건축이든, 공간이든, 가구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 이런 요소들은 변화된 것, 더 나은 것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창작의 기준점은 항상 일반적인 것이니까요.


E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있을것같아요.
디자이너가 과정과 기획에 집중한다면, 사용하는완결된 사물자체의 만족과 같은 러프한. 그것 자체가 라이프 스타일 자체일 있을까.

JS        그래서 이제 마지막 터치 사람이 이것을 어떻게 어지를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그런 느낌이거든요. 뭘 할 수 없을 만큼. 그렇지만 그러지 않고 이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을 계속 한 번씩 만드는 것 같아요. 불완전함을 만든다고 할 수도 있고, 완전함을 향해 가자는 말이 될 수 있는데.

E        그것 조차 새로운 관점이 있겠다. 결과물에 대한 창작자의 집착과 예민함이 있기도 하잖아요?

JS        그게 또 저와 팀의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요. 어딘가 비어있게 만들게 되면, 프로젝트를 납품할때 ‘와이거 큰일났다!’ 이 생각이 들거든요. 너무 안 좋아 보여요. 근데 한 3개월 뒤에 가면 맘에 들어요. 클라이언트들의 쓰임이 묻어나거든요. 그때 (마음속에서 생각해요.) ‘아 너무 좋다.’

E        뭘까요. 클라이언트들이 가구와 행복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좋은 걸까요, 모습자체가 좋은 걸까요?

JS        가식적이긴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가구와 함께 행복해질때 좋은 것 같아요. ‘요리사의 마음’처럼. 이걸 이렇게 막 사용해주니 고맙다. (해탈 아니냐며)

E        이기적일 있지만, 디자이너가 바라지 않는 풍경이 벌어졌을 공간의 본질적인 주제가 소음이 되는, 전체적인 시야에서 잡음으로 느껴질 있다면, 다른 관점에서 잡음이 되는 가구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JS        잡음이 되는 가구. 음… 디자이너가 너무 외치고 있는 가구. “이거 이렇게 있어야 해. X2 !” 섞일 수 없는, 파고들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이) 짜증 나는 것으로 되는 것 같아요. 미술관 가서도, 설명이 가득한 것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이 투영될 수있는 허술함이있는 작품이 더 세게 박히는 것처럼요. 불완전한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혼자 완벽해지려고 하는 가구들은 그게 안 되죠. 할 수도 없고요, 신줏단지 모시듯이 해야 하고. 그게 만약에 도자기 같은 오브제라면 상관이 없겠죠.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존재들이니까. 관람의 대상은 상관없지만 생활에 쓰임이 되는 것들은’ (그런 맥락)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E        빈틈에서 정을 느끼죠. 삶의 영역에서 섞일 있고.

JS        네. 제가 만들때는 ‘완벽함’이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E        뻔한 질문이지만 완벽주의자 라고 생각하세요?

JS        아닌 것 같아요. 별로 안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답답하고 유연하지 못하잖아요.
어떤 결과든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음 마스터피스, 새로운 마스터피스 이거보다는, 과정을 남겨두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E        일상과 이렇게 밀접한 것들을 만드는데 완벽함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모순될 수도 있을 같아요. 우리의 일상은 계속 변화하니까. 결말이 없고 만들어지고, 갱신하고재즈를 연주하는색소폰, 피아노, 드럼, 보컬들의 역할이 다르듯이, 디자이너님이 가장 좋아하는 가구의 카테고리 꼽자면?

JS        오히려 카테고리 외의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하는데요. 대상을 정확히 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요. 침대를 침대라고 생각 안 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없….없-고… (없다는 말에 아쉽다는 찰나의 고민을 하다, 입을 비집고 다시 시작되는 관점의 이야기)

이야기를 뽑아내기 좋은 가구들을 좋아해요. 정확히는 그런 가구들을 설계하는 것을 좋아해요.

‘커피 바’ 같은 경우는 설계를 새로 해야 하는 것이 정말 많거든요.
‘바’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평범하고 플랫하게 하기 일쑤인데, 안에 들어가는 게 복잡한데 다 쑤셔 넣는 식인거죠. 간단한 형상을 목표로. 근데 그렇게 뭐가 많은 것들. 수용해야 하는 것들. 하나하나 바라보면 거기서 새로운 것이 나오기 좋은 것 같아요. 열려 있죠. 내가 뭘 해도 기능에 적합하면 문제없어. 어떤 형태로도.’라고 말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 싱크대 같은 경우, 오븐, 냉장고, 세탁기가 다 들어가 있거든요.


E        너무좋다.

JS       그런것들을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기능적인 복합체

E        작업실에서 그럼 수집해서 탈바꿈한 가구는 뭐예요?

JS        어… 수집해서 탈바꿈한 것은 없네요? 주워 온 자재들로 뭘 많이 만들긴 한 것 같아요. 벽돌을 주워와서 쌓아놓고. 여행 가서 돌 훔쳐 오고 많이 하는데, 막 가져와서 성형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를 가구 디자이너의 신념이 느껴지는.)



E        호화로움 다음으로 연결짓는 낯선 표현이예요. 가구를 통해 ‘위로’ 를 받은 것이 있나요?

JS        있나? 음…

E        없을 수도 있고요.

JS        그건 있죠. 진짜 별거 아닌데, 커피를 아침마다 내려 마셔요 되게 일찍 일어나서. 5~6시에. 그때 느끼죠. 저게 뭔가 있었던 붙박이 주방이었으면 전혀 못 볼 광경들을 저 주방에서 많이 느끼긴 하죠. 저기 서서 (마주 바라보는 곳을 눈짓하며) 바깥에 풍경을 보는 게 아침에 할 수 있는 진짜 짧은 몽상이거든요.

원래 가벽들이 있었어요 투룸. 벽을 허물고, 주방을 새로 만들고, 주방에서 방을 다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거 때문에, 아침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안도감이 커요.

E        이 가벽은 직접 세우신 거구요? (오른편의 가벽으로 유추되는 비일상적인 구조의 벽이 궁금했다.)

JS        네. 문 없는 집을 원했어가지고.

E        예쁘다. 저 풍경. 뭐예요? 여행에서 가져오신 건가.

JS        아니에요 선물 받은 거예요. 저 창에 되게 큰 은행나무가 있어요. 몇백 년 된 은행나무래요. 저쪽 풍경을 거실에서 보고 싶게 만든 건데, 풍경을 달기 딱 맞았죠. 제가 환기충이다 보니까. (바람에) 짤랑짤랑 거리는게. 기분이 좋아요.. 저기 은행나무 엄청 큰게 있어요.

E        오우 저 나무예요?

JS        진짜 샛노랗게 물들거든요.

E        가을에 진짜 예쁘겠다.

JS        이번 가을에 너무 빨리 추워져서 파란색으로 다 떨어져 버렸어요. 아쉽죠. 내년에 이제 못보거든요. 이사가면

E        자연이 저렇게 적당한 간격으로 있는 것도 드물어요. 저도 집들을 보러 다니면서 집들끼리 붙어있는 곳도 너무 많고, 나무조차 없거나, 전선이 시야를 가리거나 등.

JS        이런 곳(사방이 뚫린 집)에서 살다가, 어떻게 다닥다닥 붙은 집을 가겠어요. 그래서 풍경 좋은 집을 찾으려고 고생 좀 했죠. 근데 찾긴 했어요.




E        진짜요? 맘에 드는 집 구하기 어려운데, 복받으셨다. 그나저나 업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면 창작 욕구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참 너 같다.” 라는 표현을 나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서 듣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근데 이렇게 지속적인 고집이 취향이 돼버리는 지점에서, 이상이 되고자 하는 결핍에서 고집이 지속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이너님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나 취향이 다듬어질텐데, 결핍의 고집일까요, 경험하지 못한 도전으로서의 디자인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는 걸까요?

JS        전 후자 같아요.
전자는 계속 결핍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런걸 잘 못견뎌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하면서 뭘 발견하는 사람같은데 (저는), 그래서 집 구조도 1년에 네다섯 번씩 바꿔요. ‘이상’ 이라면 정해져 있는 하나잖아요. 자꾸 몰아가는 느낌보다는 저렇게, 이렇게 했을 때 지내는 느낌이 다르니 바꾸면서 조금씩 나은….. 심정들을 좇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얼추 비슷하면서도 바뀌긴 하니까. 변화하는 느낌이 즐거운 편이라 그걸 좇아가는 편이고. ‘이상Idea’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이거 빨리 해보고싶다’ ‘새로운 거 해보고싶다’이런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내 생각 만큼 이상에 미치지 못했어’ 라고 실망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예요.
새로운 것을 재밌어 하는 사람이고.
뭔가를 만들어 내는데에 큰 목적(원동력)이기도 해요.
‘무조건 새로운 것을 해야해’ 라는 강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E        미지로의 호기심 자체가 점점 ‘나’의 결을 만드는.

JS        네.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긴 하거든요. 편한 지점이. 예를 들어 시골 걸어가다보면 능선이 있잖아요. 끝에 완보, 능선 너머서 하늘밖에 안보이는 그런 지점들 있죠.
하늘만 보이네? 저기가 꼭대긴가? 올라가 봐요. 그럼, 근데 기대보다 별것 없어. 근데 또 다음 능선이 보여, 그럼, 거길 또 걸어가 봐요. 그게 재밌어요. 생각보다 별론 데도, 맘에 드는 장소가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런 과정의 지점들을 여행에서나 삶에서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궁금한 거 좇아가는.

E        너무 잘 짚어주신 게, 너무 멀리 보면 앞에 당장 헤쳐 나가야 할 단계들이 부담이나 압박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중섭 님의 관점처럼, 당장 마주한 것들을 기쁘고 궁금한 채로 헤쳐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오기도 하고,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내가 충실했던 과정을 더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JS        그래서 그런지 전 롤모델도 없는 것 같아요. 롤모델을 알면 내가 즐기는 가장 큰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E        나중에 N잡으로 데뷔하시면 기대하겠습니다. ‘전화위복’이 되는 순간은?

JS        쪽잠. 더이상 일을 미룰 수도 잠들 수도 없는 순간에 쪽잠을 자고 나면 항상 많은 게 풀렸었어요. 고도의 집중상태에서 퓨즈를 한번 끊으면 갑자기 풀릴때가 많아요.

E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마침표’.

JS        프로젝트 끝났을 때 가는 대중목욕탕? 그런 시점. 군입대하기 전, 첫입사, 일할때 가장 필요한 것. 마침표. 끊어내는 것. 인간관계적인 트러블에서도 이런 마침표를 찍으면 (서운한 것들을) 다 까먹고 새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E    모토있어요? 푸하하하에는 사훈이 있던데.

JS   모토, 없어요.

E    재즈를 좋아하신다고요. 직접 재즈곡을 낸다면 제목이 뭘까요? 10초 드릴께요. 일, 이, - 삼, -...

JS   헉……. ‘참외를 위한 책상’. 데스크 포 멜론이 되겠네요.

E     하하하 참외. 어디서 나온거죠.

JS    예전에 동료들과 디자인 이야기를 하면서, “참외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어야 해.” 그런 얘기를 했어요. 뭔가를 만들때의 (마음 가짐과 같은) 대 전제 같은 것 이었어요.


E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마침표.

JS        ‘디자인에서 마침표’는, ‘나사 하나’까지 디자인 하거든요. 비유가 아니라. 그게 엄청 지루하고 스트레스 받아요. 건물 설계하는 것 보다 스트레스예요. 그게 저는 마침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거까지? 이거까지 필요가 있을까? 거기에는 되게 많은 생각들이 들어있어서- 그거를 하면 더 좋아지는 것을 많이 봐서. 완성을 위한 사사로운 것들의 지루함이 마침표 같아요. ‘내가 지겨워 하는 것을 보니까 이게 마침표인가보다.

글도 마침표를 찍기까지 무수히 수정하듯이요. 인스타도 글올릴때 마침표를 안찍으면 글이 그렇게 쉽게 쓰여지더라구요. 문법 안맞아도 뭉텅이로. 자기가 하는 일에 정중하려면, 정중하게 임하려면 어우씨 너무 느끼한가.

E        아하하 자꾸 의식을 하고 그러세요.

JS        말하다보니까 너무 느끼해서요.


E        여행을 틈틈히 다니시던데, 인상 깊었던 건축이나 공간을 추천해주실 있을까요?

JS ‘뤽상부르 공원이 인상깊었고, 건축은 ‘바비칸 스테이트 라고 있어요. 인상 깊었죠. 근데 자연물에 마음을 더 많이 뺏기는 편이예요. 엄청난 초원들을 꿈꾸고 있거든요. 거의 몽상의 근원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스톤헨지 같은 곳이 유럽에는 드물지 않게 흔해요.

E        언젠가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요?

JS        이동형 조립식 오두막. 쓰는 사람의 니즈가 다 다를거란 말이예요. 주거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예전에 강원도 쪽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산맥을 엄청 너머 다니면서 지도에 맘에 드는 구릉 같은 곳들을 지도에 저장해놨어요. ‘저기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거든요. ‘저기에 있을 방법은 뭘까…’ 하면서 조립식 주택이 떠오른 건데… 만들고 싶은거 만드는 거긴한데요. 가까운 근래는 만들고싶은 것은 그정도. 건축법을 요리조리 피해서요. 그 일환으로 새로 이사갈 집에 조그만 ‘실室’을 만드려구요. 방. 조립식 방 같은 거를 트럼펫 연습실로 만들려구요. 그게 점점 커지면 조립식 오두막 정도로 확장해 볼 수 있겠다.

E        여기 이 트럼펫. 직접 부시는 거구나?
JS        네,
E        배우신 거예요?
JS       육 개월 됬어요.
E        어때요 이런 다른 장르의 취미가 주는 해방감이 있지 않아요?
JS        완전 편하고 재밌죠. 못해도 상관 없으니까. 게임 같이 시간 버리는 느낌으로 하고 있어요 (호화로운 시간이죠.) 그 느낌 좋아요. 시간 버리는데 더 가치 있어보여서.

       E        곡 연주하시는 거 있어요?

몇 주 전 홀로 트럼펫을 불었던 영상을 재생하시는…
뿜….뿌움 뿌움
뿌우으으음
뿌브브븜
뿌브브븜

E        비도 왔었으면 더 운치 있었겠다. 비 왔었어요? 이날.
JS       아뇨, 그렇진 않았어요.
E        여기 사시는 분들은 무료로 공연도 듣고 좋겠어요.
JS       이 건물에 모두가 나가서 이제 저 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불 수 있는 거예요.

E        앞으로 예정하고 싶은 소식은?

JS        독립.

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JS        눈이 – 옵니다.




전중섭 디자이너와의 대화 끝에 다다라서야, 계획되었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대화의 주제가 생겨났다. 약 두 시간 천천히 차를 마시며 주고받은 짧고 긴 이야기에는 몇 개의 반복되는 단어와 문장들이 그 자신을 포괄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그는 ‘자신’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진솔한 소신을 내뱉었다.

사용자를 자신이라 생각하고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 지극히 자신에서 비롯된 애정을 기반으로 낭만적 가구를 상상 하는 창작자.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고 할수 있으려나?
빼곡한 도시에서는 숨 쉴 만한 공원이 필요하고, 빽빽한 하루 일과에는 새로운 에너지를 마련할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듯-.

그는 빈틈을 강조했다.

우리의 일상이 더 풍요롭고 오래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여지와 여백을 삶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애정이 없는 동네에서 서울의 도심을 내려다보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고요를 사랑할 여유,  두번째로는 저녁에는 서툰 악기를 연주 소리가 들리더라도 낭만적 고요로 맞이해줄 호화스러운 여유.

나는 내년 그가 맞이할 새로운 일상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트럼펫 소리를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 다. 고- 요.

✶ 3 Things love ✶



- 지는 해
- 평야
- 이별

✶ 3 Things I appreciated for ✶



- 항상 운 좋은 거 감사해요.
- 재밌는 시대에 태어난거 감사해요.
- 부모님과 동생에게 항상 감사해요.
Thank you for joining the interview.
Interviewee    Joongseob Jeon
Interview & Photo    Seoye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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